DECEMBER 17, 2020 - FEBRUARY 20, 2021
작품은 - TYPE, CRASH TEST, Déchiré - 3가지의 표현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는 작품들을 통해 일상에서 반복되는 내면의 갈등구조를 그려내고자 한다. <WAVELET>은 작가의 작품에 대한 고민이 무수한 변곡점으로 표출되는 전시이며, 일상에서의 관념적 사고를 작품에 투영하여 표현하였다.
작가 내면의 갈등구조는 작품 표면상의 스크래치와 노이즈 등 텍스처를 통해 나타나며, 흑과 백, 형태와 색채 그리고 콜라주와 데콜라주 등의 작업은 평화로움과 내면의 갈등구조 사이에서 고뇌하면서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한 인간의 속내를 표현한 것처럼 보인다. 작가는 내면에 갈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평화로워 보일 만큼 일상에 젖어 본연의 가치를 쉽게 잊고 살아가기도 하는 인간의 양면성, 또 급속하게 변화되는 현대사회 구조에 적응하며 느끼게 되는 무기력, 반복적인 생활과 획일화 되는 사람들, 그 안에 존재하는 현대인들의 고뇌, 이 모든 것을 작품에 담아내고자 했다.
‘ TYPE ‘ 작업은 만화, 낙서, 드로잉 그리고 기하학적 형태의 요소들, 사실적 이미지를 결합해 장르의 경계를 허무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작가는 이미지를 자유롭게 결합하여 변형시킨다. 이를 통해 같은 형태를 두고도 사회적, 개인적 문화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갖는 것처럼 장르 또한 기존과 다른 의미로 해석되고 정의되어 경계가 허물어지길 바라고 있다. Type 1, 2 와 색채 작업 중 검은색으로 이루어진 작업은 모두 같은 색으로 정의되지만, 그것을 구성하는 소재, 빛 등의 외부적인 요인들에 의해 다르게 구분되는 것을 연구하기 위한 작업이고 드로잉과 결합한 작업은 형태의 의미를 낙서들로 완성해가는 작업이다. 그리고 Type 3, 4 는 이를 구체화해가는 과정들을 보여준다. Type 3의 작품 중 단테와 유디스는 형식의 통일과 명확한 표현 등을 중시했던 고전주의 회화나 르네상스 시대의 조각품들을 주제로 하고 있는데, 이 작품의 사실적인 이미지들은 기존의 전통적인 회화의 기본적인 틀을 유지하지만 불완전한 형태를 띠고 있어 그 의미가 모호해진다. 낙서와 도형요소들은 화면에서 해체된 구상회화의 의미를 대신하며 이들은 함께 전체를 구성하는 상호의존적인 관계로 발전된다. 이렇게 경계를 허물고 재정립되어 의미가 새롭게 변형되는 작업이 보는 이들의 잠재의식을 자극하길 원하며, 이것 또한 새로운 이미지로 관람객의 머릿속에 그려져 미적 테두리가 확장, 발전되기를 바란다.
‘CRASH TEST’ 는 자동차를 대상으로 한 안전 검사, 충돌 테스트(CRASH TEST)를 주제로 한다. 이 작업은 충돌을 통해 생기는 틈새를 발견하고 이를 개선해 나가는 과정을 단순하고 과장된 형태의 만화 기법과 색채를 통해 표현하였다. 작품의 형태적인 요소에서 사용된 만화 기법은 정지된 화면에서 동적인 효과를 끌어낸다. 물론 그 기법이 실제 물리적 이론에 기반하고 있지는 않지만, 충분히 동적 운동 정보를 제공한다. 기억 이미지는 지각을 확인하고 해석하고 보완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기억이나 경험 등을 이용하는 형태적 요소는 작가가 작품에서 어떤 것을 말하고자 하는지를 관람객에게 인지 시켜 준다. 본능적인 직감을 직관적으로 사용하는 색채는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예술 형태이기도 하다. 색상은 흔히 상징과 연관이 있고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관람객과의 감정을 연결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며 작품에서 이미지 읽기의 개념으로 사용된다. 서로 다른 요소의 결합은 접점에서의 충돌 강도가 강해질수록 그 경계 범위와 영향력이 다양한 방식으로 넓혀진다. 이 과정은 평면적인 구성의 한계를 넘고 예술과 기술의 상호 보완적인 형태의 실험으로 발전될 가능성을 담고 있다.
‘Déchiré’ 작업은 남겨진 것에 관한 생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프랑스어로 ‘긁힌, 찢어진, 고통스러운’ 의 의미를 뜻한다. 이 작업은 작가의 반려견 금자가 쓰던 가구에서 언제인지 모를 긁힌 흔적들을 발견하고 난 후부터 시작되었다. 형태를 구성하고 발전시켜왔던 이전까지의 작업이 아닌 직관과 직감에 의한 실험성이 가미된 표현방식을 사용해 작가의 감정을 담아냈다. 현대인들은 형용할 수 없는 공허함과 커다란 내면의 갈등을 마음속 깊이 담아 두고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삶의 테두리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과 갈등, 괴로움과 슬픔들, 때론 모든 것을 잊고 인간 본연의 가치를 좇고, 떨쳐내고 싶어 하지만 결국 항상 제자리로 돌아오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이러한 되풀이되는 생활을 일상처럼 받아들이고 평화스러운 생활을 보내는 것 같지만 내면에는 여전히 갈등이 존재하는 것처럼 작가는 긁고, 뜯어내고, 거친 화면을 만들고는 다시 깨끗이 레이어를 덮는 작업을 반복했다. 이 과정들은 결과적으로 내면의 괴로움을 치유하는 수단이 된다. 기억은 고통과 회한의 감정을 불러오기도 하지만 마음을 치유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과거를 돌아보는 과정은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는 것 같지만 이는 오갈 곳 없는 감정에 길을 내어주는 일이기도 하다. 작가는 ‘Déchiré’ 작업을 통해 마음 깊이 자리 잡은 감정들을 조금씩 덜어낼 수 있었다.
작품 하단에 놓인 ‘돌’ 은 ‘비물질적인 형태로 전달되는 작품의 본질을 한 단어로 정의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라 자연 그대로의 형태를 지닌 물질의 존재 의미가 그 본질을 대변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오브제 작업으로 작품의 캡션 역할을 하고 있다. 작가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돌을 수집하여 작품의 정보를 새기는 행위로 작품과 오브제를 서로 연결하고, 돌을 통해 ‘이것은 어디에서 생겨나고 어디로 흘러가는가, 어떠한 구성요소를 가지고 있는가’ 라는 자연의 사물이 가진 근원적인 의문을 관람객들에게 전달한다.
김홍경ENG
K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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