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ERD 서울은 2024년 1월 18일(목)부터 2월 25일(일)까지 김예지 작가의 열한 번째 개인전 《Shape of Things》를 개최한다.
김예지 작가는 사물의 모양(Shape of Things) 차원이라는 추상적인 문제에 대해 고민함과 동시에 구체적인 사물이나 사건의 이미지들을 통해서 그 존재를 감지하고 실험해 왔다. 그는 회화라는 매체를 통해 차원을 다룸에 있어서도 기하학 추상보다는 원근법과 소실점, 트롱프뢰유(눈속임 미술)와 같은 2차원에 만들어지는 3차원적 착시나 거울과 렌즈 같은 광학을 이용한 회화적 문법에 더 흥미를 느끼며, 동시에 그러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접근을 추상과 구상으로 이분화하는 것에 대한 한계점에 대해서도 점차 뚜렷하게 인지한다.
모양은 화면 안에서 특정 면적을 점유하여 실루엣과 그 여백을 통한 화면구성을 만들어낼 뿐만 아니라 그 모양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와 맥락으로 스토리를 형성하고 그 형태와 의미를 분리하는 것은 점차 불가능하게 느껴진다. 모양의 사전적 의미에는 2차원의 실루엣이나 사물의 외곽형태 뿐만 아니라, 자세, 모습, 태도, 멋 내기, 장식하기 등의 의미가 포함된다. 소위 ‘모양내기’란 외관에만 치중하여 꾸미는 것과 같은 다소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하는데, 작가는 또한 이 ‘모양내기’의 여러 가지 문법에도 흥미를 느낀다. 어떻게 보일 것인가를 시각적으로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인 이 ‘모양내기’는 또한 내면의 깊이라는 환상을 표면과 외관의 형식으로 드러낸다는 데에서 회화의 일정 부분과 그 의미가 닿아있다. 특별히 취향과 유행이 더 쉽게 공유되는 오늘날의 시공간에서 모양들은 더 빠르게 서로 참조하고 합쳐지거나 변형되며 그 욕망하는 바를 더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실제로 작가의 작업에 등장하는 많은 오브제는 자주 이용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등에서 본 이미지로부터 의식적으로 차용되었고 때때로 무의식적으로 그 특유의 모양내기의 태도들이 옮아오기도 했다. 모양과 차원의 의미를 강조하는 과정에서 캔버스는 단순히 이미지를 담는 지지체의 역할이 아니라 이미지가 생성되는 조건으로서 기능한다. 이미지는 캔버스의 비율과 형태를 의식하며 결정된다. 이미지라는 환영과 캔버스라는 사물이 각각의 차원에서 서로의 의미를 주고받는다. 이번 전시는 실루엣이면서 덩어리이기도 하고 평면이면서 입체이기도 한, 추상적인 도형이면서 하나의 구체적인 사물이기도 한 회화의 형식에 대한 여러 질문이 포함되어 있다.
ENG
KOR
BACK TO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