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ERD 부산은 2024년 3월 7일(목)부터 3월 31일(일)까지 최수영 작가의 일곱 번째 개인전 《항해 일지 Sailing Log》를 개최한다.
이번 개인전 《Sailing Log》에서 작가는 지난 1년간 캐나다에서 이방인으로 지내면서 겪은 외로움을 극복하기 위해 자연 속으로 나갔던 경험을 담고 있다.
최수영 작가의 작업은 작가가 경험한 후 각인된 처음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에메랄드빛 물결을 품은 넓은 호수, 높고 곧게 뻗은 큰 나무, 장엄한 눈으로 덮인 산, 무수히 쏟아지는 밤하늘의 별, 추운 겨울 속에서 내리는 비, 여름의 빛, 붉은 해 질 녘 등 눈앞에 펼쳐진 자연과의 만남은 작가에게 위로와 정신적인 연결을 안겨주었고, 이는 작품의 중심이자 표현의 수단이 된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자연으로부터 위로받았던 최초의 기억을 하나의 장면으로 떠올리면서, 당시의 감각과 심상을 구상적인 풍경이 아닌 추상에 가까운 형태로 표현한다.
최수영의 작품은 마치 꿈에서 본 듯한 형상들이 하나의 풍경을 이루듯 나타난다. 여러 기억이 얽힌 조각들을 캔버스에 구체적인 형상을 겹쳐 그리고 그 위에 자신의 기억이나 심상들을 즉각적으로 캔버스에 표현하기 위해 거친 붓질, 물감 튀기기, 선 드로잉을 통해 자연의 색감으로 표현하며 더해간다. 작품에서 보이는 빈 여백들은 마치 아웃포커싱이 적용된 효과처럼 초점이 맞춰진 형태만을 부각한다. 꿈을 꾸면 여러 가지 경험했던 기억의 정보가 무작위로 재생되며 차원을 넘나드는 현상처럼 그의 작품은 하나의 풍경처럼 보이지만 낮과 밤이 구분 없이 한 공간을 채우고 있거나 전혀 있을 수 없는 위치에 기억의 조각을 맞추듯 배치되어 있다. 또한 작품 속에 등장하는 붉은 배는 작가 본인을 상징하는 하나의 장치이기도 하다. 작가가 조우한 자연의 장면들은 내면의 풍경에 겹겹이 중첩되며 하나의 흐름이 되어, 당시의 감동을 기억하고 추억하며 ‘항해’하고자 한다. 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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