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ERD 부산은 4월 6일부터 4월 30일까지 김예지 작가의 열 번째 개인전 Looking glass house를 선보인다. 김예지 작가가 상상하는 ‘집’에는 문을 열고 들어가면 공간을 채우는 사물들이 나열되어있다. 그렇게 모인 사물들은 각자의 배치를 통하여 하나의 풍경을 이룬다. 그리고 공간을 중심으로 여러 차원을 반복하며 보는 이에게 낯설고 이상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 집 안의 물건들은 이미지와 더불어 실제 물건이기도 하다. 물건들은 평면적인 이미지를 가지면서 공간 속에서 서로를 참조하며 위치에 있다. 또한, 물건이 가진 그림자는 빛이나 광원에 따라 형태와 크기가 변하면서 공간의 인식을 바꾸기도 한다. 그림자가 부풀어 오르면 물체의 부피감은 더해지고, 그림자가 작아지면 물체의 크기가 줄어들 듯이 그림자의 소실점이 점점 가까워짐에 따라 공간은 평면화가 된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김예지의 작업은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이용하여, 평면적인 이미지와 공간적인 물체들을 조합하여 새로운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 낸다. 이러한 작업은 회화의 기술적 요소를 활용하면서도 사건들이 발생하는 공간적인 요소를 고려하여, 회화라는 매체 안에서 일어나는 질문들을 대입시켜 그림의 안과 밖에서 사건들을 배치하는 하나의 이미지 실험이다.
김예지 작가는 초기 작업 단계에서 사진 이미지에 대한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이미지는 질감이나 무게가 거의 없는 환영에 가까운 것으로 언제나 그것은 얹힐 지지체가 필요하며,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화면이나 이미지 자체에는 물리적인 깊이가 없고 평면적이기 때문에 사람의 손으로 어떻게 회화적으로 번역하여 물질세계에 속하는 방식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했다. 그가 사용하는 물감과 캔버스는 항상 질감과 무게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미지가 가지는 얇은 무게와 자주 어긋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미지 외에도 부가적인 요소들이 만들어졌으며, 그 이후에는 부가적인 부분에 더 집중하게 되었다. 회화는 2차원적인 표현만으로는 제한될 수 있기 때문에, 작가는 2차원과 3차원이 만나고 어긋나거나 서로를 침범할 때 일어나는 감각을 찾는 일에 집중한다. 페인팅을 주된 매체로 다루고 있지만, 다양한 매체와 재료를 사용하여 작업을 확장해 나가며, 두 개의 다른 차원을 연구한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다른 차원을 경험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그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우리의 감각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시선에서 감각적 경험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그 속에서 차원의 교차와 이동에 대한 직관을 표현한다. 이러한 직관은 작품을 통해 표현될 수 있으며, 작품을 통해 관객에게도 경험이 공유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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