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관광특구 내에서 높은 고층 호텔과 빌딩들이 눈에 띄게 들어선 가운데, 대림맨션은 건설된 지 50년 가까이 되는 오래된 건물로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이 건물은 주변의 환경과 대조적으로 매우 허약하고 취약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은 보존의 노력이 없이 진행된 재개발과 도시재생의 영향으로 서서히 수명을 다하고 있는 존재로서 느껴지기도 한다.
이번 전시 타이틀인 《철거 예정 𝘋𝘦𝘮𝘰𝘭𝘪𝘴𝘩𝘦𝘥 𝘚𝘰𝘰𝘯》은 늘 철거될 운명을 안고 시작되는 ‘전시’와 오래된 건물을 바라보는 시각의 중첩을 떠올리게 한다. 전시는 언제나 미래에 철거될 운명을 가지고 시작되는 것으로 보이며, 각고 다른 시도와 노력을 거쳐 만들어진 작품들은 전시가 열리는 몇 주 동안만 공개되고, 그 후로는 사라져 버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러한 연상을 통해 도시 속 오래된 건물과 그 안에 전시된 작품들은 서로 공통된 느낌을 공유하며, 미래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공간과 이야기로 확장해 나간다. 또한, 관리되지 않은 공간에서는 무분별하게 버려진 쓰레기와 벽에 겹겹이 붙은 광고 전단 스티커 및 포스터 등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형태들은 작품 주변에 쌓인 버려진 폐기물들과 함께 시각적 요소들이 실제 공간으로 시각 영역을 전환한다. ‘철거 예정’이라는 결말은 작품들과 건물의 일시적인 존재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비극적인 내용으로, 작가는 작품을 통해 비극성을 회복하려는 노력이자 외면되어 왔던 부정성을 삶에 회복시키려는 시도로 예술적 사유를 통해 해석한다. 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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