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ERD 서울은 오는 5 월 2 일부터 5 월 31 일까지 프랑스 출생 작가 소이마두 이브라힘(Soimadou Ibrahim)의 국내 첫 개인전 ≪Blessing in disguise≫을 개최한다.
소이마두 이브라힘은 1989 년 프랑스에서 태어난 후 마다가스카르와 모잠비크 사이에 위치한 동남아프리카의 군도 국가 코모로의 가장 큰 섬인 그랑드 코모르(Ngazidja)에서 10살까지 자랐다. 작은 섬에서 유년 시절을 지낸 이브라힘은 지역 사회와 공동체에 강한 유대감을 갖고 있으며, 이는 사회 경제와 인종의 복잡성에 대한 그의 관점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다. 이후 10 살의 나이에 프랑스로 돌아와 코모로에 있는 친척들과 떨어져 몇 년을 보낸 후, 프랑스 태생의 이브라힘은 자신의 아프리카 뿌리를 작업-창작-과정의 기초로 삼는다.
코모로에서의 유년시절 이후 프랑스로 돌아온 이브라힘은 자신의 인종적 정체성과 소속감을 창작의 기반으로 삼았다. 작가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그에게 소중한 사람들의 초상을 다양한 풍경과 결합하고, 때로는 그들의 개성을 두드러지게 나타내는 가상의 배경과 오브제들을 추가한다. 작가가 표현하는 인물들의 개인적인 특징을 발견하고, 포착하고, 정확하게 재현하는 것은 자신의 신념을 실현하고 정체성에 충실할 수 있게 하는 과정이다. 이브라힘이 갤러리 ERD 서울에서 선보이는 새로운 시리즈는 구상적인 요소와 추상의 단서들을 결합한다. 캔버스나 피사체를 가로지르는 명확한 선들로부터 이어지는 작은 물감 방울은 삶의 기억과 단면들을 드러내며, 단순화된 미학을 통해 기다림의 미학을 강조한다. 또 다른 작품들에서는 혼합된 색이 담긴 물감 방울이 채색된 붓질 위를 지나가며 예상치 못한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이 작업은 현실과 착각을 교묘히 엮어내어, 우연의 효과가 결국에는 예상치 못한 결과물로 가려질 수 있는 인내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서 아크릴 잉크를 사용한 회화를 선보이는데, 잉크의 가변적인 특성은 작가가 탐구하고자 열망했던 불완전함과 예측 불가능성을 포용하는 완벽한 매체로서 작가의 작업에 있어 의도적인 선택이었다. 작가는 작업을 할 때 통제를 포기하는 대신 잉크가 스스로 우연한 결과물을 만들게 두었는데, 이는 그의 익숙한 아크릴 작업의 균일한 획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텍스처가 얕은 상태에서 잉크의 빛나는 색조가 두드러지는 이 새로운 시리즈에는 전에 보지 못한 특징이 부드럽게 강조된다.
이는 신작 <JP Adams>(2024)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흰색과 녹색의 물방울이 흰색 가로줄과 함께 녹색으로 변하면서 생기 넘치고 흐릿한 녹색 음영을 이룬다. 마찬가지로 황갈색과 검은색의 물감 방울은 캔버스 속 인물의 얼굴 특징을 지워버리며 흥미로운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번 개인전에서는 축구 골대 망과 같은 그물 시리즈를 만나볼 수 있다. 그물로 형성된 사각형은 균일한 형태로 보일 수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각이 고유한 개성을 지닌 독특한 개체를 지니는데, 이는 붓질의 미묘한 차이를 통해 그 개성이 나타난다. 초현실주의적 자동 기법과 추상표현주의 사이의 과정을 담은 시몬 한타이(Simon Hantaï)의 <Pilage> 작품들과 유사한 과정을 거치는 이 그물 시리즈는 단색 배경에 매혹적이고도 연속적인 그물망과 깔끔한 흰색 선들 사이의 전환을 드러낸다.
<Crossword>(2024)와 <Pockets of Surprise>(2024) 등 그물 시리즈에서 이브라힘은 캔버스 전체를 장악한 하얀 선들을 그려내며 축구 골대의 다양한 형태만이 아닌 끊임없이 변화하는 삶의 다양한 장을 나타내고자 했다.
<Champ>(2024)는 헌신과 지구력을 통해 패배를 극복하고, 마지막 기쁨이 주는 달콤함을 즐기는 복서의 모습을 담아 이번 개인전 <Blessing in disguise>의 정수를 담고 있다.
개인의 특징을 발견하고, 능숙하게 포착하고, 충실히 재현하는 것이 그가 작업을 계속해 나가는 이유이며, 이러한 방식으로 자신의 뿌리로 돌아가는 것은 작가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자연의 보편적인 아름다움에 집중하고, 자신의 신념을 강화하며 정체성에 충실할 수 있게 한다. 이브라힘의 물리적인 필치와 선명한 색채는 기억의 지속성과 그러한 기억을 간직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상기시킨다.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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