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ERD 부산은 2023년 11월 17일부터 12월 17일까지 김지윤 작가의 세 번째 개인전 《A drift of motion and sceneries 유영하는 몸짓과 풍경들》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가 마주한 물리적 공간과 감성적 경험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풍경에 담긴 과거와 현재의 시간적 간극을 탐구한다.
김지윤은 시간의 흔적을 담고 있는 풍경의 일부분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기록한다. 현대 사회에서 스마트폰의 대중성으로 인해 개인의 카메라를 이용하여 장소나 시간의 구애를 받지 않으며 언제 어디서든 사진을 찍어 기록할 수 있다. 사진은 현실의 장면과 순간을 담고 있으면서 동시에 과거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작가는 현실과 과거의 유형을 결합하고 시간적 간극의 교차 지점에서 마주한 장면을 포착한다. 사진을 찍고자 하는 행위는 그 상황 또는 대상을 기록하고 싶은 보편적인 감정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작가의 끊임없는 관찰로 포착된 이미지는 단순히 일시적인 순간을 기록하는 행위를 넘어서, 특정한 시간의 감정을 작품 속에서 복기한다. 형상과 추상의 경계를 유희하고, 일정한 조형성을 유지하며 지워지거나 문질러지는 형태는 이러한 작가의 시간적 감수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나는 주로 시간의 흔적을 띈 풍경의 일부분을 영상이나, 사진으로 기록한다. 나의 걸음걸이와 호흡에 맞추어 기록된 기록물들을 다시 확인해 볼 때면, 내가 인지하지 못했던 흔들림의 속도와 시끄럽거나 조용한 에너지, 그리고 눈으로 발견하지 못했던 정보들까지도 발견하게 된다.” (김지윤 작가노트中)
<흩날리는 밤>은 작가의 시선에서 바라본 풍경 속 영상의 일부분을 회화화한 것으로, 장면에서 다음 장면으로 이어지는 순간을 포착한다. 이것은 현재에 부재하는 존재를 다시 만나게 함과 동시에 당시의 심리적 과정을 상기시킨다. 작가는 정지된 화면 속에서 빛과 바람 같은 자연의 요소가 공간과 대상의 형태를 왜곡하거나 사라지게 만드는 것을 경험하고, 그 속에서 공허해 보이는 것들은 단순히 객관적인 사실이 아닌 내면의 감정과 경험으로부터 온 마음의 형상을 표현하는 것이다.
작업에 등장하는 나무와 하늘, 작은 빛과 어두운 밤, 그리고 자신의 소리를 전하려는 잎과 같은 대상들은 모두 작가가 경험한 양가성의 감정들을 물성을 흩트리거나 고정하는 방법으로 전환되어 화면에 생동감을 담아내고 있다. 일상에서 만난 풍경의 장면을 단순한 시간의 기록이 아닌, 작가의 감정과 경험의 시각적 복합체로서 자신만의 회화 언어를 드러낸다. 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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