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ERD 서울은 2023년 12월 8일(금)부터 12월 31일(일)까지 아방 작가의 다섯 번째 개인전 《“Sun, don’t go!”》를 개최한다.
아방 작가의 《“Sun, don’t go!”》는 올해 여름 작가가 여러 국가의 다양한 도시를 방문하며 느낀 감정과 경험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신작들을 선보인다. 작은 드로잉북에서 시작된 작품들은 자유롭고 생동감 넘치는 선과 밝은 색채를 통해 작가가 마주한 여행의 순간을 생생하게 담아낸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각 도시에서 느낀 감정과 시간을 공유하며, 작품을 통해 여행의 아름다움과 다채로운 감정을 경험하고 일상을 환기하는 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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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미치게 하는 것들이 있다. 도시의 자잘한 소음과 색깔, 햇빛과 파도, 춤과 사람, 음악 또는 시간 같은 것이다. 대부분은 손에 쥐어지지 않는 방대하고 추상적인 것들이고, 어느덧 나는 그것들을 쫓으며 살고 있었다. 결국 하나도 소유하지 못하고 염원하는 것들의 겉옷 자락만 살짝 잡은 채 이리저리 부유할 것임을 알지만, 이런 삶을 멈추지 못하는 까닭에 대해 가끔 생각한다. 그리고 그 생각이 멈추지 않을 때 여행을 떠난다. 여행이 아닌 다른 것으로는 도무지 대체되지 않는다. 아무리 애를 쓰고 찾아보아도.
올해 여름, 리스본을 포함해 여러 도시를 여행했다. 여행은 하루도 빠짐없이 예상을 빗나간 방향으로 흘러갔고 그때마다 새로운 기분을 느끼고 같은 장면이 새롭게 다가왔다. 오로지 우연으로만 이어진 긴 여행의 끝에는 역시 예상치 못한 커다란 감정이 남았고, 일상으로 돌아온 나는 전례 없는 상사병을 앓았다.
서울 곳곳에서 좋아하는 도시와 닮은 점을 찾아냈다. 어느 내리막에서 가로수 그늘을 만끽하며 자전거 탈 때, 한강에서 건너편 동네의 불빛을 볼 때, 언덕진 동네의 골목을 숨차도록 올라갈 때, 작고 촌스러운 호텔을 지나칠 때, 우산 없이 비를 흠뻑 맞을 때, 지하철이나 버스 안내방송이 담긴 음악을 들을 때, 거리에서 섬유유연제 냄새를 맡았을 때나 음식의 쫄깃함 같은 걸로도 좋아하는 도시를 느꼈다. 비슷한 흔적을 찾을 때마다 최근 이별한 것처럼 슬프고 힘들어 어찌할 바를 몰랐기 때문에, 이건 사랑이다.
전시란 나의 일련의 시간과 감정을 가장 납작하고 간결하게 압축하여, 포장 없이 풀어놓은 선물 같은 것이다. 이번 전시는 좋아하는 도시에서 발견한 선물 같은 장면을 자유로운 선과 채색으로 채운 드로잉을 중심으로 확장하였다. 대부분의 작품이 작은 드로잉북에서 출발하였고 스케치 없이 그렸기 때문에 터치는 발길 닿는 대로 여행했던 그때의 나를 대변한다.
해 질 녘, 오늘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며 "Sun, don’t go!”라고 외치던 나지막한 목소리와 사랑하는 도시에서의 시간을 공유하고 싶다.
-아방 작가 노트 中E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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