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질의 흔적이나 작가의 손을 탄 흔적이 없는 납작하고 매끄러운 캔버스의 면. 층위 없이 주로 그리드를 바탕으로 한 수학적으로 일관적인 구성. 제한적인 색상과 기하학적인 형태와 선. 이것들 외에 미니멀리즘 페인팅이 갖는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관람이라는 행위의 현상학적인 바탕을 완전히 분리시켜 순수한 자기지시적인 형태로 집중 시킨다는 점일 것이다. 미니멀리즘 페인팅의 구성과 구조는 관객과 오로지 시각적으로만 관계를 맺고 보이는 그대로 인식되어진다.
네마냐 니콜리치의 이번 페인팅 시리즈는 그가 이전의 Samples of the Liquid Book (2012-2017) 시리즈에 대한 배경으로 설명했던 것처럼 “추상주의와 미니멀리즘의 연장선상” 에 있다고 할 수 있지만, 그가 얻는 영감들은 “유고슬라비아 아티스트들의 아방가르드적 작업-특히 영상분야에 있어 그들의 다양한 실험들” 에서 비롯된다. 네마냐 니콜리치는 이 부분에 있어 그가 2009년 전시에서 본 영화 감독이자 비주얼 아티스트 슬로보단 시얀이 1974년에 그린 드로잉 두 점 - <In the Rhythm of Howard Hawks>, <In the Rhythm of John Ford> - 을 거론한다. 2009년 당시 베오그라드의 Faculty of Fine Arts 에서 회화를 공부하던 네마냐는 그의 미래 작업에 대한 뼈대를 제시해줄 <Insert> 라는 실험적인 스톱모션 영상을 제작했는데, 시얀의 드로잉을 보고 나서 본인의 방향성에 대한 어느 정도의 확신이 서게 된 것으로 보인다. <Insert> 는 후에 <Inserts> 라는 제목의 단편 옴니버스 영상의 일부분이 된다. 이 영상은 히치콕의 <새>와 <마니>, 올리비에 아사야스의 <이마 베프>, 마이클 포웰의 <저주받은 카메라>, 토브 후퍼의 <텍사스 전기톱 학살>, 프리드리히 무르나우의 <노스페라투>, 제임스 웨일의 <프랑켄슈타인>과 <프랑켄슈타인의 신부>의 장면들과 프레이밍 기법을 인용하고 있다.
네마냐 니콜리치는 페인팅 속에서 시네마의 리듬 구조를 재건해 내는 특정한 “리듬분석가” 라고 할 수 있다. 이때 그의 작업은 세가지의 리듬 구조들을 응축시켜 하나의 시각적 서술을 표명하고 있다. 그것은 첫째로 시네마 속에서 발견되는 리듬, 시네마를 시청하는 작가 자신의 내적 리듬, 그리고 작업과정 중에 발생하는 채색된 면 구성의 리듬이라고 할 수 있다. 시네마 속 리듬 구조에서 발견되는 특정 요소들은 단순히 페인팅이라는 매체 위에 그대로 옮겨지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 속에서 주관화 되어진다. 회화작업은 이렇듯 사적인 경험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굉장히 주관적이고 특정적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전통적인 도식 코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표현의 정도에 있어 보편적으로 읽혀질 수 있는 특징이 있다.
‘리듬분석가’ 들은 영화를 독립적인 매체가 아닌 다양한 동영상 매체와 구성으로 가동되어질 수 있는 일종의 형식으로 여긴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하지만 네마냐 니콜리치에게 있어 매체도 또한 중요하다. 단순히 감지하고 추출하여, “영화 제작자가 창조한 완전한 시청각적 구조” 의 특수한 리듬을 회화적 형태로 반복해 내는 것이 전부가 아닌 것이다. 그는 "복합예술 네트워크" 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시네마와 회화가 매체로써 갖는 기술적, 표현적 특징들을 깊이 고민한다. 이 “네트워크” 는 근본적인 “사회 유기체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용환경” 으로써 오늘날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그럼으로써 “삶의 의미를 확고히 하며,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회 간의 조정 경로" 를 만드는 것이다. 네마냐 니콜리치는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지만, 모든 작업들을 특정한 매체에 국한시킨다. 일례로, 56회 Belgrade October Salon 에서 선보인 <Double Noir> 처럼 영상과 드로잉을 전시의 형태로 혼합 하였을때, 그는 하나의 발상이 다양한 매체에서 동일한 효과로 현실화되는 방식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와 반대로 특정 매체의 선택이 어떻게 작업의 현실화와 관객의 경험의 방식을 결정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네마냐 니콜리치 개인의 관점은 이러한 주장들을 더욱 구체화 시킨다. 그는 그의 작업이 “영화의 네러티브나 스토리가 아닌 프레임, 컷, 그리고 상호간의 개조에서 나타나는 리듬과 같은 영화의 코드들” 에 집중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특정한 작업들의 모음은 '영화 속 리듬의 재건'이라고 까지 압축되어질 수 있을 것이다.
영화속 리듬의 재건 (Stefan Vuković, 2018)ENG
KOR
BACK TO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