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VEMBER 14 - DECEMBER 31, 2019
2019년 11월 14일부터 12월 31일까지 황선영 작가의 개인전이 갤러리 이알디에서 진행된다. 황선영 작가의 이번 전시 <I Feel Guilty About Missing You. Because I Didn’t Feel Guilty About Leaving You>는 과거 한 치의 미련이나 마음의 불편함 없이 매정하게 떠나온 -두고 온- 것들이 현재 작가가 가장 그리워하고 기다리는 것들이라는 아이러니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지나온 초기 작품들부터 최근 작업과 관객들에게 총체적인 색채의 경험을 주기 위해 대형 작품을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올해 6월 레지던시 참여로 리스본에 머무르면서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담아낸 드로잉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황선영 작가는 그림의 시작과 방향, 끝에 대한 분명한 인지 없이 직관적이고 본능적으로 그 흐름을 따라가면서, 최초 아이디어부터 결과물까지, 만족스럽게 성취되지 못한 아이디어와 이미지 등 작업의 전 과정을 구별 없이 동등하게 캔버스 위에 순차적으로 기록한다. 작가는 구체적 대상을 거의 재현하지 않고 색·선·형 등의 추상적 형식으로 작품을 구성하는 방식을 차용한다. 이들은 서로 긴장하며 대립하기도 하며, 각각의 밸런스를 유지하기도 함으로써, 그 자체로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하며 추상화된 조형의 힘을 보여준다.
표면적으로 보이는 작가의 작품은 회화의 기본 요소들만으로 공간의 화면 구성과 회화의 순수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물감을 올렸다 흩트리기까지 반복되는 붓질, 계획된 우연, 우연적 효과를 수정하거나 지워 버리기까지, 대담하게 처리할 때 발생하는 사소한 어긋남이나 실수 등의 붓질이 뜻밖의 효과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세세히 묘사하는 대신 우연성의 효과를 적절히 활용함으로써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붓질이 자유롭고 대담한 것을 느낄 수 있는데, 무언가를 묘사하려고 애썼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붓을 휘두른 것처럼 보인다. 밀도가 높은 부분은 색의 우연성을 활용하면서, 눈으로 구분되는 색채도 달리 표현하고 있다. 작가의 작품은 현존하는 보편성과 내면세계의 경험을 통한 상상력을 다양한 대상에 투영하는 것이므로, 단순히 눈에 보이는 감각적인 표상은 지니고 있지 않다. 이러한 상상력을 통해 대상에 대한 본능적인 감정이 색채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작가 자신의 주관적인 감정이 실제로 보이는 색채보다 때론 진하게, 때론 연하게 담길 수 있고, 아예 새롭게 존재하는 색채로 창조되기도 한다. 작가의 작품은 색채로 인간의 기본적인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며, 그것은 감정의 동요와 사소하고 깊은 내면의 느낌을 색채의 조합으로 표현한 것이라 볼 수도 있다.
경계선 없이 영역을 넘나드는 색채의 조화 속에서 색채는 대상을 묘사하기 위한 부수적인 조건이 아니라 그 자체로 목적을 가진 실체로, 상징적 형상화의 수단이 된다. 작가에게 색채는 인간의 감정을 대신하는 일종의 언어이며, 심리적인 자가 치유다. 작가의 작품이 슬픔과 기쁨, 행복, 불행 등 모든 인간의 감정적인 느낌을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한편 아이러니가 아닐까 싶다.
추상회화 작품을 보면 예술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을 떨치기 쉽지 않다. 이는 전통과 현실적 표현을 거부하는 행위와 의식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까닭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작품은 내면세계를 통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어떤 대상이나 기억을 자신만의 표현 방법으로 새롭게 그려냄으로써, 작품을 새롭게 재편하고 추상적 가치에 대한 감수성을 세련되게 하였으며 또 설명적 묘사에 따르지 않은 소통의 이해를 증대시키고 있다.ENG
KOR
BACK TO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