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적 사유

김혜나, 이소윤

2017.11.13 – 2017.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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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 사유

우리는 감각을 통해 현실을 접하고 감각에 의존해 살아간다. 예술은 이러한 감각과 관련된 삶을 적극적으로 반영하여 드러낸다. 그렇게 예술가는 감각을 통해 인지한 현실을 반영하는 작품을 제작한다.
예술가는 보통사람과는 달리, 보다 서정적으로 사물을 관조한다. 그렇게 사유이되, 보다 감각적인 사유가 된다.
자연에서의 반복적인 경험을 작업실로 가져와 회고하며 색색의 붓질을 통해 시각적 전달을 넘어 오감을 관객에게 선사하는 김혜나 작가와 ‘소통’이라는 주제에 천착하여 자신과 타인,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작가의 주관적 번역과 해석에 대한 사유의 영역을 확장시키며 작업하는 이소윤 작가의 2인전을 하고자 한다.

 

마르크스는 인간은 자연적 존재라는 것을 새삼 강조한다. 자연은 인간에게 감각으로 주어진다. 자연적 존재로서 인간의 감각이나 충동도 자연으로부터 생겨나고 주어진다. 감성적 존재로서의 인간은 수동적으로 조건 지어지고 제약되어 있는 존재이다. 마르크스에 있어서 인간이 감성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일차적으로 그가 수동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마르크스는 다른 한편으로 인간이 직접적으로 자연 존재일 뿐만 아니라 ‘인간적’ 자연 존재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인간은 스스로 자각하는 존재, 즉 ‘대자적으로 존재하는 존재’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인간의 감각 혹은 감성은 감각(감성)적 활동으로서의 실천, 그리고 노동으로 나아가게 된다. 인간은 자연적 존재이지만 단순히 자연적 존재로만 환원될 수 없는 ‘인간적 존재’이며, 따라서 그의 감각도 ‘인간적 감각’으로의 지위를 확보한다. 마르크스에게서 이 인간적 감각은 듣고, 보고, 냄새 맡는 등의 수동적인 오감의 활동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유하고 행동하고 사랑하는, 요컨대 대상과의 관계를 통해 대상을 획득하는 행위 일체를 포괄한다. 마르크스가 ‘인간-감성적 활동’의 실천, 혹은 노동을 이야기할 때, 그것에는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요소가 이미 들어있는 것이다.

 

김혜나 작가는 자연에서의 반복적인 경험을 작업실로 고스란히 가져온다. 따스하고 고요한 자연광이 가득한 작업실은 마치 하얀 공기가 가득 차 있는 듯하다. 그 곳에서 작가는 자연 속에서의 경험과 그 안에서 떠오른 추억들을 회고하며 작업한다. 겹겹이 쌓여 있는 색색의 붓 질들은 풍경에 대한 시각적 전달을 넘어서 공기가 전달하는 오감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그래서 김혜나 작가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하나의 시각적 언어로 고정된 풍경이 아닌, 다양한 의미로 변형 가능한 추상적 풍경이 느껴진다. 다소 흐릿하고 모호하게 느껴지는 작품은 색이 칠해지고 더해지면서 그 화면 자체가 자연스럽다. 마치 공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감각들처럼 김혜나의 작품은 평면회화를 뛰어넘어 보는 사람을 따뜻하게 감싸는 아늑하고 포근한 기운을 만들어낸다.

 

이소윤 작가는 줄곧 ‘소통’이라는 주제에 천착하여 나와 타인, 세상과 상호작용하고 이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관적 번역과 해석에 대한 문제의식과 소통의 필수적인 매개인 기호가 가진 생래적인 한계에서 오는 다양한 어긋남과 모순 들에 대해 사유의 영역을 확장시켜 왔다. 주로 드로잉이나 일상적 오브제의 수집과 재조합에 의한 ‘공간적 콜라주’ 작업에서 최근에는 페인팅, 디지털 프린트, 수공적 설치 작업 등으로 매체와 형식적인 면에서 폭넓은 선회를 보이고 있으나 기존의 주제의식을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다.

 

사유란 의심하고, 이해하며, 긍정하고, 부정하며, 의욕하고, 의욕하지 않으며, 상상하고, 감감하는 것이다. 의지와 사유를 엄밀히 구별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의지의 자유와 사유의 자유도 구별하지 않고 있다. 상상된 것은 그 어느 것도 참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상상하는 힘은 그 자체로 현존하는 것이며, 사유의 한 부분이라고 본다. 감각도 마찬가지이다. 감각된 것은 의심스러운 것이다. 그러나 내가 감각하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수 없으며, 이것은 사유의 일부분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두 작가의 감각적인 사유를 들여다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