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E 15 - JULY 09, 2023
갤러리 ERD 서울은 2023년 6월 15일(목)부터 7월 9일(일)까지 윤향로, 조혜진 작가의 2인전 《베리 젠틀 웻 클리닝 Very Gentle Wet Cleaning》을 소개한다.
윤향로와 조혜진은 이번 2인전 《베리 젠틀 웻 클리닝(Very Gentle Wet Cleaning)》에서 쇼핑몰의 발전사와 축을 함께한 이미지를 추적하며, 2000년대 초반에 마주했던 온라인 쇼핑의 경험을 소환하고 있다. 전시에서 소개되는 두 작가의 작품은 온라인상의 쇼핑에서 이어지는 해상도와 이미지의 인식, 사물의 생산과 소비,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다.
윤향로는 스크린과 캔버스를 넘나들며 디지털 프로그램과 물리적 재료의 속성을 활용해 이미지를 변주하는 회화를 선보여왔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그가 2016년에 기고했던 한 편의 글 「쇼핑몰-레퍼런스-미술작품의 해상도」(2016) 에 근원을 두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한국에 유입된 해외 구매 대행 플랫폼, 그 사용 경험에서 출발한 작업은 당시의 의류 쇼핑몰에서 디지털 이미지가 부여받았던 성질과 권한에 대한 의문을 서술하기 위한 레퍼런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는 온라인 쇼핑이 유동하는 비물질의 과정과 실재 사물이 연성되는 물리적 경로에서 유사성을 발견한다. 온라인 쇼핑에 소요되는 일련의 과정, 이를테면 ‘이미지를 클릭하고 - 물건을 주문하고 - 배송받는’ 프로세스(process)는, 최근의 기술을 통해 사물이 만들어지는 ‘이미지의 편집 - 제작 - 완성’과 공명한다. 그 사이에서 의도치 않게 파생되는 오차값은 물질과 비물질을 가로지르는 이미지의 성질이 파생하는 힘의 흐름을 연상하도록 만든다. 근 20년간 이어진 온라인 쇼핑의 역사는 편집술과 해상도의 발전에 궤를 함께하며, 이미지가 사회에 보다 높은 힘을 투사하게 된 일련의 흐름을 드러내고 있다. 빠른 속도로 복제되고 편집되는 디지털 이미지의 성질은 작가의 손에 의해 다시 회화의 얇은 평면으로 안착하며, 이미지는 추출과 분절, 재결합을 거듭하는 추상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사물을 읽어내는 과정에서 발견되는 조각적인 성질에 집중하는 조혜진은, 이번 전시에서 인터넷 상거래 플랫폼 속 사물을 다루는 개인의 흔적을 조각적 해석의 대상으로 번역해 내고 있다. 온라인 쇼핑에서 물건의 구매 후기를 남기는 소비자의 행동은 의도치 않게 특정 개인의 내밀한 행동 양식과 주거의 양태를 가시화한다. 화장실, 싱크대, 침실, 계단과 같은 장소의 흔적은 은폐되어 있던 사적 영역을 공개함으로써 특정 사물에 대한 정보의 값을 더해내고 있다. 그 과정에서 작가는 이미지가 사물의 소비를 촉진시키거나 또 다른 생산을 촉발하는 주체로 기능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작품에 등장하는 조형은 소비자의 리뷰에서 등장하는 인간의 신체, 그 중에서도 손의 모습을 변주하고 있다. 사물을 쥐고 있는 손의 이미지는 이를 목격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촉각이라는 신체 감각을 유발함으로써 느슨한 공동체를 형성한다. 디지털 기기로 이미지를 만지며 사물을 대리 - 소비하는 촉각의(haptic) 성질은 다시금 사물을 만지는 손을 통해 발현된다. 이에 따라 작업에 등장하는 사물 - 이를테면 골무, 니퍼, 자동차 도어 핸들(car door handle)과 같은 상업적 대상 - 을 다루는 손의 형상은 같은 사물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으로 하여금 모종의 동질감을 형성한다. 그에 활용되는 장갑의 형태는 지금까지 산업의 영역에서 인간의 신체가 어떠한 방식으로 재생산되고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수반하는 듯 하다. 작가는 손의 모조품으로서의 장갑과 이를 생산하기 위해 존재하는 몰드(mold)의 형태를 통해, 신체가 공산화되는 번역의 중간 단계를 드러냄과 동시에 현대적 장식품으로 기능하는 시대의 몸을 보다 세밀한 방식으로 지시하고 있다. 웹상에 존재하던 비물질의 데이터는 작가로 하여금 단단한 조각으로 물질화되며, 데이터와 실재하는 대상을 매개하는 조형성을 획득함으로써 공동체의 신체를 매개하고 있다.
글 문현정 (독립큐레이터)ENG
KOR
BACK TO LIST